저는 넘쳐나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내가 놓치지 않고 바라보아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고민합니다.

우리는 일상을 두 눈으로 바라봅니다. 수 없이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들 중 한 장면을 사진을 찍어 두려는 듯 가만히 응시하다 보면 대상이 두 개로 나누어져 보일 때가 있습니다. 혹은 대상을 아주 가까이서 관찰했을 때, 왼쪽 눈이 보는 것과 오른쪽 눈으로 각각 보는 장면은 두 눈으로 보았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이면을 보게 되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두 개의 눈은 다른 이미지를 비추고 있지만 우리의 뇌가 하나의 장면으로 인식하는 것. 제가 그리고자 하는 이미지들은 눈과 눈 사이에서부터 우리 뇌가 인식하는 하나의 장면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생겨나는 이미지들의 차이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작가 ’세잔’은 그린다는 것은 대상을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관계 사이에 화음을 포착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나의 대상 그대로의 모습에서 출발하여 내가 눈으로 인식하는 대상과 화면에 보이는 대상과의 화음을 맞춰나가는 과정이 제 작업이라고 생각됩니다.

WE WILL BECOME SILHOUETTES 의 제목에서 작가에게 실루엣의 의미란?

:18세기 무렵에는 검은 종이를 가위로 잘라 엷은 색 대지(臺紙) 위에 붙인 옆모습의 초상화를 일컬었다. 이 이름의 기원은 이런 종류의 초상화는 값이 쌌으므로 당시의 프랑스 재무장관이며 인색하기로 유명한 A.드실루엣(17091767)이 이런 초상화를 특히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그후 이것은 모든 사물의 외곽선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고, 현재는 인물 또는 사물의 외관을 대충 나타낸 그림을 가리키게 되었다. 특히 복식용어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에는 복장의 세부적인 부분의 디자인을 제외한 윤곽 또는 외형을 말한다. [사전적 정의]

실루엣이라는 단어는 사전적 정의로는 인물 또는 사물의 외관을 나타낸 그림을 가리킵니다. 제가 말하는 실루엣이라는 단어도 그리 거창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실루엣은 기본적으로 비슷한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실루엣으로는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요. 저는 인간이 갖고 있는 불변의 외형 속에서 우리는 지나치게 세밀한 것들에 집중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 , 입이 어떻게 생겼는지, 입은 옷이 무슨 색인지 등 다양한 표출을 통해 자신을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수 있지만, 다 떠나 나를 비추고 있는 빛 뒤로 드리워진  변하지 않는 실루엣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Black을 다루었는데 특별한 이유나 본인의 색에 대한 언어가 있는가.

:이유는 없습니다. 검은색은 제 눈, 그리고 손에 가장 편안한 색입니다. 검은색, 혹은 먹을 쓰면서 다른 색이 개입하는 것에 대해 예민해졌습니다.

작가노트에 ‘세잔’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영감을 받는가.

:세잔이 그의 작업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크게 공감했습니다. 그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인간의 눈으로 본 대상 역시 시시각각 변하지만 그것이 가진 외형의 본질에는 변화하지 않는 구조가 있음을 제시했습니다. 영감?이라고 말하기는 쑥스러운 것 같고, 공감했다고 하는 것이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평면 작품, ‘그린다’는 것의 의미는?

:자신이 느낀 여러 가지 감정들이나 생각들을 표현하는 방식은 아주 다양합니다. 많은 작가들이 반복적으로 말했던 것 중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새로운 맥락을 제시하거나 기존에 있는 것들을 재배치하여 눈에 보이지 않았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예술이다’-‘히만 청’의 말을 생각합니다. 내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무엇인가를 제일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 제게는 제 손으로 그리는 것이었고,  후에 그 다른 무엇인가를 표출하는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그린다’는 것이 아닌 의외의 것이 된다면 또 그것을 따를 예정입니다.

소재를 ‘인물’과 ‘도형’으로 선택한 이유.

:작가에게 작업이란 지나치게 사적인 이야기가 되어서는 안되지만 본인이 살아가는 삶과 밀접하게 닿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본인이 제시하는 이미지나 소리가 상대방에게 닿는 힘이 생겨나고 설득력이 생겨난다고 믿습니다. 제가 평소에 마주하는 사람들, 눈앞의 물건들이 그것입니다. 내가 실제로 왼쪽 눈과 오른쪽 눈으로 만지는 것들.  그것이 작업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특정 물건을 화면으로 끌고 오는 것이 힘이 더 실릴 수 있지만, 제가 이 작업을  통해 보는 이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은 기존에 있던 것들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고 싶기 때문에 기본 도형에서 출발하는 것이 보다 설명하기 쉬운 구조라고 여겨졌습니다.

10년 뒤 모습

:10년 뒤에 이 글이 오글거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반복적으로 그리는 행위에만 집착해서 요즘에서야 그린다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외에 다른 방식이 가져오는 힘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새로운 것을 찾는다기보단,  과거에서부터 끊임없이 이어져온 것들이 가진 본질적 힘을 믿으며, 내가 무엇을 바라보고 생각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상기시키면서 살다 보면 10년, 20년 뒤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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