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 대문 앞에서 이십여 년 동안 눈을 마주하던 항아리가 올해는 항아리가 낯설게 느껴진다.
나무 장 위에 한자리를 묵묵히 지키던 것이라고 하기에는 먼지 하나 없이 반질했던 까닭은 무엇일까.
팔순의 딸이 엄마가 보고 싶을 때마다 면포로 닦으며 스스로를 위로했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름이면 할머니께서는 연례 행사처럼 모시옷을 꺼내 풀을 먹이시고 다리미질을 하신 뒤 곱게 차려입으시는 것을 참 좋아하신다.
여름에 대한 인상은 이처럼 외갓집 항아리와 모시옷을 입고 반겨주시던 할머니의 정겨움이 내게 있다. 더위가 무르익으면 수박을 베어 물던 소소한 일상이 정겹듯 할머니의 물건도 소박하지만 질리지 않는 멋이 있다.
올해는 푸른색이 스민 항아리가 험하고 기피하고 싶은 것들로부터 시원한 파도의 모습으로 이불처럼 덮어주고 있다. 항아리의 형태 안에서 둥글게 둥글게 포용하려는 듯한 다양한 푸른 꽃의 색상도 유심히 보니 참 다양하게 다복하다. 깊은 바다의 색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맑은 날의 하늘이 담겨 있는 듯하다. 연상이 되는 것은 결국 내가 바라보고 기억하고 있는 이미지라 떠올려지는 것에 추억도 걸쳐져 있는 것 같다. 저마다 스민 푸른색에는 어떠한 기억이 있을까. 떠올려 보니 점점 깊어지는 푸른색이 되어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