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몇 년 전에 일이었다.

그때, 미셸 공드리에 빠져있던 나는 그의 작품 비카인드 리와인드를 보고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 있던 때라 마치 공드리와 하나의 사조 아래에서 각자만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듯했던 윤미원 작가의 작품을 공드리에 대한 인상들로 해석하고 대입하여 작품을 읽었다. 이것이 윤미원 작가와의 첫 대면이었다. 비카인드 리와인드에서 모두 지워져 버린 비디오 테잎을 살리기 위해 원작을 두 주인공들만의 스타일로 기록하는 과정은 마치 우리에게도 익숙한 영화의 이미지처럼 반복되는 일상 속 단편들을 윤미원 작가 또한 본인의 방법으로 재창조하고 있었다. 그녀의 왜곡의 방법에서 발견되는 평범한 것들이 주는 낯선 경험은 보는 이에게 해학과 사색의 여지를 준다.

프레임 바이 프레임 애니메이션같이 한 장 한 장 그려나가 이어 붙여 영상으로 보이게 하는 고전적인 방식은 현대의 발전된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어려운 길로 보여진다. 여기서 윤미원작가는 원화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남겨지는 것 즉, 낱장의 원화가 존재한다는 것이 그녀의 작업의 원동력이자 의미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그녀는 수작업에 매력을 느꼈었던 것은 아니다. 컴퓨터라는 매체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하게 된 디자인과 영상 작업은 시간이 갈수록 그녀로 하여금 매력적이지 않게 되었다. 어찌 보면 컴퓨터라는 매체에서 만들어지는 세계는 즉시 만질 수도 없고 공허하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그녀가 원화의 중요성과 남겨지는 것에 대한 의미를 찾기 시작한 부분도 이 때문일 것이라 짐작이 된다. 미셸 공드리는 상상력을 더 현실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이 만연한 영화시장에서 마치 트릭을 위해 가위로 필름을 자르고 이어 붙여가고 흑백영화 시대에 프레임마다 색을 입히며 영화를 완성해 나아가던 조르쥬 멜리어스를 떠올리게 한다. 특수 효과라는 것을 불편하지만 인간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그의 고민과 노력이 이터널 선샤인 메이킹필름에서도 자세히 드러난다. 윤미원 작가는 이러한 미셸 공드리만의 미장셴에 대한 철학과 고집이 닮아 있다. 프레임 마다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칠을 한다. 재료를 익히고 쓰는 과정에서 매일이 다른 자신을 성찰하는 경험은 메뉴얼화 된 기술과는 다른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그녀가 완벽한 기성의 느낌을 추구하기보다는 약간의 미숙함을 선호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기술에 발전 속에서 자기만의 언어를 찾아가고 일차원적인 행위를 고수하는 방법은 어쩌면 인류의 근원적인 의미를 잊지 않기 위한 움켜짐으로 보이기도 한다. 고대 인류의 흔적 중 자신을 남기고자 동굴 벽에 손바닥을 도장처럼 찍은 흔적을 본 적이 있다. 그린다는 것, 남긴다는 것은 그런 손도장과 같은 모습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단순한 기록을 넘어 윤미원 작가와 공드리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작업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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